영국에 있는 아름다운 골동품 가게를 자주 찾아가던 부부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유독 토기
찻잔을 좋아하던 그들이 하루는 어느 선물가게에서 작고 예쁜 찻잔을 보았습니다. “이거 봐요. 이렇게 아름다운 찻잔은 본 적이 없어요.” 점원이 그것을 그들에게 건넬 때, 그 찻잔은 다음과 같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당신들이 꼭 알아야 하는 사실이 있답니다. 저는 원래부터 아름다운 찻잔이 아니었어요. 그냥 진흙 덩어리에 불과한 때가 있었지요. 그런데 토기의 거장이
나를 파냈고 그런 다음 나를 끊임없이 굴리고 반죽하길래, 나는 ‘멈춰요! 나좀 그냥 내버려둬요’라고 고함을 질렀었지요. 하지만 그는 그저 미소만 지으면서 ‘아직은 아니란다’라고
말했어요.
그 후 그는 나를 돌림판에다 놓았어요. 그리고는 나를 빙글빙글 돌리고 또 돌렸어요. 그래서 나는 소리쳤지요. ‘멈춰요!
어지러워요.’ 나는 그 때 막 비명을 질러댔어요. 하지만 그는 또 다시 빙그레 미소만 지어 보이면서 긍휼로 머리를 저으면서 ‘아직은 아니란다’라고 반복해서 말했어요.
그러고 나서 그는 나를 커다란 벽돌 가마에 들여놓았는데 거기는 단 한 번도 그토록 무시무시한 열기를 느껴본 적이 없는 그런 곳이었어요. ‘토기의 거장은 왜 나를 이렇게 대할까? 왜 그는 나를 태워 죽이려는
걸까?’ 나는 의문이 솟아났고 고함을 지르면서 문을 두드려댔어요. 그런데
그가 작은 구멍으로 나를 살펴보고 있는 것이 보였어요. 그리고 그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뭔가를 말하는
입모양을 읽어낼 수 있어어요. ‘아직은 아니란다.’
드디어 방안이 시원해지더니 문이 열렸어요. 그리고 그는 나를 조심스럽게 선반 위에 올려놓았어요. ‘이건 좋구나’하고 나는 생각했지요. 하지만
그 때부터 그는 솔을 가지고 내 온 몸을 칠하기 시작했어요. 그 유약은 냄새가 하도 지독해서 숨도 못
쉴 것만 같았어요. 다시 한 번 난 소리를 질러버렸지요. ‘멈춰요. 멈추라구요!’ 토기의 거장은 또 다시 인자한 미소를 내게 보냈지만 그의 말은 여전히 똑같았어요. ‘아직은
아니란다.’
갑자기 그는 나를 집어 들더니 또 다른 가마로 들여보냈어요. 그런데 그곳은 처음 가마보다
훨씬 더 뜨거웠어요. 오! 내가 얼마나 빌어도 보고, 애원하기도 하고, 비명소리도 내고,
소리를 질러댔느지 몰라요. 그런데 그럴 때 마다 그가 작은 구멍으로 나를 주시하면서 미소
속에서 고개를 저으며 말하는 소리가 들렸어요. ‘아직은 아니란다.’
절망 가운데서 나는 더 이상 소망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나는 정말고 그 끔찍한 열기를 견뎌낼
수가 없었거든요. 이제 나는 포기할 마음이 들었어요. 형체도
없이 녹아지는 흙이 되어버릴 거라고 느끼면서 그냥 체념해 버렸어요. 하지만 바로 그 때 가마 안이 시원해지는
것을 알게 됐어요. 시간이 한참 지난 후 문이 열렸고 그는 나를 부드럽게 꺼내어 다시 선반 위에 올려놓았어요.
잠시 후 그는 나한테 거울을 주면서 미소와 함께 이렇게 말했답니다. ‘네 모습을 보거라.’ 나는 그렇게 했어요. 그런데 내 모습을 보고 도저히 믿을 수가
없더라구요. ‘아름다워요. 아름다워요.’ 신기하고 놀라워서
나는 연신 그 말만 되풀이했어요.
그는 내게 인자하게 말해주었어요. ‘작은 찻잔아, 기억하렴. 너를 굴리고 반죽할 때 네가 아플 걸 나는 알고 있었단다. 하지만
내가 널 그냥 내버려두면 넌 말라버려서 나한테 아무 소용이 없게 되었을거야.’ ‘내가 널 돌림판에서 회전시킬 때 네가 얼마나 어지러웠는지 그것도 알고 있었단다. 하지만
내가 중간에 멈추었다면 넌 모양도 없고 쓸모도 없는 젖은 진흙 덩어리가 되어 부서졌을거야.’ ‘가마 안에서 겪은 큰 고통도 당연히 알고 있었단다. 하지만 거기에 널 넣어두지 않았다면
넌 결국 깨져버렸을 것이고 나한테 전혀 쓸모없는 것이 되고 말았을 거야.’ ‘내가 솔을 가지고 네 온 몸에 장식물을 발랐을 때 냄새가 지독했다는 것도 알았단다. 하지만
그렇게 안 했다면 넌 걸작으로서 나의 영광을 드러내는 토기가 되지 못했을 거야.’ ‘또 만일 내가 너를 아주 무시무시한 열기가 가해지는 두 번째 가마에 넣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넌 절대로 내가 타인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정도로 아름답게 되지 못했을 거야.’
‘작은 찻잔아, 네가 지나온 모든 고통스런 시간들 덕분에 넌 이제 내가 원하는 바로 그런
존재가 되었어’.